누군가는 이 영화를 “한국형 느와르의 완성”이라 부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권력과 욕망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묘사”라고 말하죠.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단순한 조폭 영화가 아닙니다. 1980년대 부산이라는 공간과, 부패가 만연했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초상을 치밀하게 담아낸 사회적 범죄 드라마입니다. 이 글에서는 등장인물 분석, 주요 줄거리 정리, 그리고 감상평을 통해 왜 이 영화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평가받는지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등장인물 – 인간의 욕망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캐릭터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최익현(최민식)입니다. 그는 세관 공무원이지만 위법과 탈법을 밥 먹듯이 하며, 상황에 따라 눈치껏 줄을 바꾸는 인물입니다. 언뜻 보면 우습고 천한 캐릭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시대에 밀려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초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최익현은 조폭 보스 최형배(하정우)와의 인연을 통해 더 높은 권력과 이권을 쥐기 위해 계속해서 선을 넘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단순히 탐욕만이 아닌, 시대와 환경이 그를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게 만든 결과처럼 보입니다. 최민식은 이 복잡한 인물을 진짜 사람처럼 연기하며, 관객에게 묘한 동정심마저 불러일으킵니다.
반대로 최형배는 표면적으로는 ‘칼잡이’ 같지만, 권력과 인간관계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정치형 조폭’입니다. 그는 의리도 중요하지만, 끝내 이익 앞에서는 배신도 서슴지 않죠. 하정우는 특유의 무심한 톤과 여유로운 연기로 이 인물을 실감나게 완성해냈습니다.
이 외에도 양형석 검사(곽도원), 김판호(조진웅)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영화 속 권력 구도와 배신, 생존의 법칙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줄거리 – 한 남자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시대의 초상
1982년, 부산. 비리 세관 공무원이던 최익현은 마약 밀수 사건에 연루되며 해고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던 중 조폭 보스 최형배와 사돈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를 발판으로 범죄 세계에 깊이 발을 들이게 되죠.
최익현은 가진 인맥과 눈치, 생존 본능을 무기로 점점 더 권력의 중심부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게 됩니다. 국가는 조폭들을 일제히 정리하기 시작하고, 의리로 엮였던 인간관계도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하죠.
결국 최익현은 이용가치가 사라지자 배신당하고, 법정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까지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며, 관객에게 “이 사람 정말 나쁜 놈일까, 아니면 시대의 희생양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남자의 범죄 일대기가 아닌, 권력과 부패, 충성심과 생존이 교차하는 회색지대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감상평 – 영화 이상의 기록물, 시대의 거울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오락 영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하나의 기록물에 가깝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한국 사회의 부패, 조폭 문화, 정치적 흐름을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인물이 흑백의 도식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착한 사람 vs 나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회색지대 속에서 자기 몫의 이익을 쥐려 애쓰고 있다는 거죠. 그 안에서 때론 웃기고, 때론 슬프며, 인간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또한 부산 사투리, 복고 스타일, 실제 사건과 연결된 듯한 전개는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살아있네~”라는 유행어를 낳은 대사처럼,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연출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누가 나쁜 놈인가?” 이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습니다.
결론 – 지금 다시 봐도 묵직한 걸작
《범죄와의 전쟁》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권력 앞에선 의리도, 혈연도, 심지어 양심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잘 만든 영화는 시대를 넘어 마음에 남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한 번이라도 이 영화를 놓쳤다면, 지금이 다시 볼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