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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25년에 바라보는 영화<광해> -‘광해’를 다시 본다는 것

by 뿅미니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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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해 포스터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단지 한 편의 사극을 넘어서, 한국 현대 영화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작품이다. 2025년인 지금, 우리는 이 영화를 단순히 흥행작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권력,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를 되짚어볼 수 있는 거울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진짜 왕보다 더 왕 같은 남자'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오늘날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 ‘하선’, 현실의 지도자에게 던지는 질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다름 아닌 왕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광대 ‘하선’이다. 그는 본래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인물이었다. 궁중 예절은 물론, 권력의 무게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하지만 그가 왕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마주한 것은 단지 화려한 권력의 외피가 아니라, 백성의 고통과 궁 내부의 부패였다. 처음엔 연기하듯 흉내를 내던 하선은, 점차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지도자’로 변화해 간다.

하선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현대의 리더는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2025년 현재, 우리는 리더십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정치인이든, 기업의 CEO든, 한 조직의 관리자든, ‘진심’을 담은 리더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하선은 비록 능력이 부족했지만, 백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아픈 자에게 약을 나누었으며, 자신보다 타인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다. 말로 설득하기보단 행동으로 변화시킨 리더, 바로 그가 오늘날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 지도자의 모습이다.

사극의 외피를 두른 현대 정치 드라마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사극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현대의 정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 영화는 시대적 배경만 달리했을 뿐, 지금의 정치 구조와 사회 갈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현대 정치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에도 “지금 시대의 이야기 같다”는 반응이 많았고, 2025년인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감상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극 중 왕 광해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세력들과 맞서기 위해, 우연히 발견한 광대 하선을 왕의 자리에 앉힌다. 이 설정은 그 자체로 정치적 대리자에 대한 비유로 읽을 수 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지도자가 과연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가, 우리는 가짜 왕에게 통치를 맡긴 채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하선은 처음엔 왕의 흉내만 내는 인물이었지만, 곧 부패한 조정의 현실을 마주하며 고민하게 된다. 그는 본능적으로 백성의 고통에 반응하고, 그들을 위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현실의 정치인들이 복잡한 계산과 권력 구도 속에서 움직이는 것과 달리, 하선의 판단은 단순하지만 진심이 있다. 그는 조정 대신들에게 말한다. “내 백성들이 아프다는데, 그게 왜 나라의 일이 아니란 말인가.” 이 대사는 단순하지만, 오늘날의 정치권이 귀 기울여야 할 핵심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권력과 민심 사이의 괴리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혼란, 가속화된 기술 발전, 고착화된 경제 양극화 등 복잡한 사회 문제 속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대표성의 결여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광해’ 속 하선과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실현할 용기 있는 리더, 계산보다 양심을 앞세우는 사람, 그러한 리더십에 대한 갈망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또한 영화의 연출 방식도 현대성을 담고 있다. 어두운 실내, 긴장감 넘치는 시선 처리, 침묵 속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의 결들까지 — 이는 단순히 옛날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라기보다는 현대 정치 드라마의 문법에 가깝다. 특히 광해와 하선의 대비는 ‘권력을 쥔 자와 권력을 맡은 자’ 사이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전자는 두려움 속에 권력을 유지하려 하고, 후자는 책임감 속에서 권력을 행사한다. 이 구조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광해’는 과거를 빌려 오늘을 말한다. 조선이라는 프레임 속에 현대 정치의 복잡한 문제를 압축했고, 하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광해’는 단순한 사극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울림을 주는 정치 드라마인 것이다.

‘광해’를 다시 본다는 것,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

2025년의 시점에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다시 본다는 건 단순한 재관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화가 처음 개봉했던 2012년 당시, 우리는 그것을 흥미로운 사극, 이병헌의 뛰어난 연기력, 인상적인 연출로 기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화한 지금,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지도자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진심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하선은 왕이 아니었지만, 왕보다 더 왕다운 존재가 되었다. 처음엔 연기였고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고통을 마주하고, 옳지 않은 것에 분노하며, 소외된 자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못한 그 마음이 하선을 변화시켰다. 그는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 신하들의 부당한 제안을 거절하며, 자신의 자리보다 공동체를 더 소중히 여겼다. 이 모든 행동은 단순한 정의감이나 영웅심리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수많은 정보와 기술로 무장되어 있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을 향한 태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리더는 많지만 진짜 지도자는 드물고, 정의를 말하는 이는 많지만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이런 시대에 ‘광해’를 다시 본다는 건, 잊고 있던 감정들을 되살리는 일이다. 누군가를 위해 용기를 내는 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옳은 선택을 하는 일, 그 모든 인간적인 선택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하선이라는 인물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는 뛰어난 무장을 갖춘 인물도 아니고, 탁월한 전략가도 아니었다. 그가 가졌던 것은 단 하나,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조정을 변화시켰으며, 결국 백성의 삶을 지켜냈다. 영화 속 그 메시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더 절실히 필요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광해’를 다시 본다는 건 단지 과거의 영화를 회상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돌아보는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는 일이다. 하선이 남긴 발자국은 허구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삶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당시에도 놀라운 작품이었지만, 2025년에 다시 보면 더 많은 질문을 안겨준다. 리더십, 책임, 진정성, 공감 — 이 네 가지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영화는 하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가치를 아름답게 전달했다.

우리는 지금, 진짜 왕보다 더 왕 같은 사람을 원하고 있다. 그 사람이 정치인이든, 부모든, 교사든, 상사든 상관없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게 만든다. 광해를 다시 본다는 건 결국, 더 나은 우리를 꿈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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